환경이 변하고 있다.
6달 전에 이곳에 이사와 처음에 어수선했던 집안이 이젠 많이 정리가 되었다. 처음엔 뾰족한 곳을 밟기도 하고 팔이나 어깨로 벽에 부딫히기도 하고 뭘 차서 넘어뜨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몸이 집을 기억하는지 익숙해 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여름엔 무더워 고생한 기억이 희미해져 지금은 창문을 자주 열진 못하지만 가끔 낮에 잠깐식 은은하게 방 안을 채우는 햇살이 참 반갑다.
3달 전부터 시작한 운동은 많은 걸 바꾸었다. 하체운동을 하고 계단을 벌벌 떨면서 내려간 적도 있었는데 이젠 제대로 운동한 후의 뻐근한 느낌이 참 좋다. 제주도 여행하면서 운동효과를 가장 많이 느꼈는데, 하루종일 걷거나 산을 올라도 힘이 넘치는 느낌, 육체 활동 후의 내가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가장 만족스럽게 만든다. 시작은 정말 미약하고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두달이 넘어가는 식단조절은 허리를 1인치 줄어들게 했는데 그외 시각적인 변화는 많지 않아 아쉽다. 닭가슴살이 점점 질려가고 있어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게 나를 가장 무섭게 만들고 있다.
2개월 전 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근 10년동안 나를 지배해 왔던 생활패턴 – 출근이나 공부를 벗어나 목적이 없는 삶으로 일탈하고 나니 뭐랄까… 네비게이션 없이 도로를 이탈해버린 느낌도 들지만 은근히 재밌는게 이러다 영영 도로로 돌아가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위험한 느낌 역시 즐기는 중이다.
시간이 많아졌지만 의외로 더 빨리 흘러가고, 생각이 많아지는데 이를 줄이고 행동을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