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서비스가 나오면 한 번씩 써본 것 같다. 그중에서도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많이 썼는데 주기적으로 바꿔왔는데 싫증도 하나의 이유겠고, 내가 소유하지 않은 플랫폼이란 내 의도와 다르게 참 많이 바뀌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겠다. 좋은 쪽으로 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수익을 위해 산으로 가거나, 다른 곳에 팔려서 없어지거나, 팔리지 않아서 없어지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보면 남이 만들어놓은 플랫폼에 내 아이덴티티를 구현한다는 것이 참 부질없고 가볍게 느껴진다. 그동안 나만의 블로그를 갖길 원해왔는데 마음먹으면 금방이라도 했을 일을 하지 못한 채로 벌써 수년이 흘러왔다. 요 한 달 동안 이름을 짓고, 도메인을 찾고, 글 쓰고 싶은 플랫폼을 찾아 테마를 바꾸고 나서야 드디어 ‘아 이거다.’ 한 게 바로 이 ‘0Q’다.
글을 쓰기에 앞서 아득하고 편안한 분위기와 질 좋은 종이와 필기감 좋은 펜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글이 나오는지는 다른 문제겠지만.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덮으려 하는 페이스북에 대해 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페이스북 참 좋은 플랫폼이다. 내 주위의 누구나 사용하고 심지어 수익도 많이 내고 있다. 모든 SNS가 꿈꾸는 정점에 올라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페이스북의 특징은 오픈과 연결이다. 사용하고 있으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연결돼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은근 불편함이 있다. 펼쳐진 일기장 같은. 비교하자면 예전의 싸이월드는 닫힌 일기장이다. 누군가의 근황을 알려면 그의 공간에 꼭 들어가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관음증의 충족은 있어도 실시간성은 덜했다. 지금의 페이스북은 굳이 다른 이의 공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사람들의 소식이 조간신문처럼 나에게 배달이 된다.
왜 이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내가 다른 이의 소식을 보고받아야 하고, 내 이야기를 올리면서 좋아요가 한 개도 없으면 불안해지는가. 왜 그래야 하지. 연락이 쉽지 않던 친구를 페이스북에서 자주 보게 되면서, 최종적으로는 그 친구가 더는 생각나지 않게 되었다. 알고 있는 지식은 더 찾아볼 필요가 없듯이, 호기심이 사라진 대상에 대한 욕망은 내 관심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불교의 시선으로 보자면 하나의 욕망이 줄어든 것이니 열반을 원한다면 페이스북을 쓰자).
지금 이 곳은 어떨까. 오픈된 일기장은 분명하겠지. 하지만 찾아오려면 꽤 불편할 거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올 일이 없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나 편리해지면서 불편함이란 어쩌면, 귀한 가치가 되는지 모르겠다.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게 불편했으면 좋겠다. 내 부끄러움도 덜할 것이고 댓글 달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엄청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 곳 역시 몇 년이나 가게 될지 궁금하지만, 내 집이려니 생각하고 가꾸어 보려고 한다. 페이스북은 얼마나 오래 지속이 될까. 아마 열어 놓은 것을 다시 닫기는 쉽지 않겠지만, 책 속에서 빠져나와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Bye,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