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드디어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을 샀다. 진정한 팬이 된 기분이다.
드뷔시를 들으며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읽는다. 드뷔시의 음악은 사카모토와 잘 어울린다. 헌데 그게 다른 연주자가 하니 전혀 느낌이 달랐다. 내가 줄곧 들어온 리히터의 연주가 사카모토 느낌이었는데, 뚝뚝 끊기는 듯한 조용하다가 망치가 울리듯 갑작스런 해머링. 황금빛이 떠오르는 서양의 클래식이 아닌 중국의 새빨간 칠과 풋풋한 아침의 동양적인 색채. 다른 사람이 연주한 걸 들으니 아주 부드럽게 연주가 되는게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 그럼 내가 느낀 이 기분은 연주자 때문인걸까.
#1.
표현이란 결국 타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상화라고 할까, 공동화라고 할까,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개인적인 체험이나 아픔, 기쁨은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결손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한계와 맞바꾸어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고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종의 통로가 생긴다. 언어도 음악도 문화도 그런 것이 아닐까.
류이치 사카모토 –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中
사카모토선생이 유치부때 어렴풋이 깨달았다는 저 문장이 깊은 울림을 준다.
..라고나 할까 라는 표현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고등학교때 접한 일본문학에서 저런식의 우유부단한 표현이 참 신선했다. 그때까지 책에서 접한 말투는 다들 단호함 일색이었는데. 어쩌면 한국에서는 우유부단함을 글로 적는 것을 금기시 하는걸까나 반면 일본문학에서는 애매하고 망설임 남발… 사실 정말로 단호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더 인간답고 솔직하단 느낌을 주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건 아닐까.
#2.
중고책을 세권이나 주문했다. 망설여본적은 많았지만 막상 이렇게 주문한건 첨인듯 싶은데.
1Q84 2권, 빅픽쳐, 암리타
좀더 애틋한 마음으로 읽기 위해 한권씩 보고있는 1q84는 도저히 만몇천원씩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빅픽쳐역시 재미는 있을것 같지만 도서관에서 못빌려보고 있는 형편인지라 구매
암리타는 10여년을 사고싶어했던 책인데, 어떻게 보면 결국 이렇게 중고책으로 산다는게 이상한걸까.
나름 책을 매우 아껴보는 편이긴 하지만, 매우 깨끗하고 보고 다시는 안펼쳐보는 편이라
구입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책사는 행위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구나
그러고보니 몇년째 읽고싶었던, 그리고 도서관에서도 매우 빌리기 힘든 만들어진신은 아직도 가격이 만원밑으로 내려가질 않아
항상 읽고싶지만 보질 못하고 있는 책들이 있는 채로,
막상 구입은 듣도보도 못한 책들을 사게 되는건 영장류의 숙명인걸까.
내가 이상한걸까.
#3
소스코드라는 영화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sf 영화인데다가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이크 질렌할, the moon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내린 감독 던컨 존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미쉘 모나한까지 내가 좋아할 모든 것을 갖춘 영화였기에 매우 큰 기대를 안고 보게되었는데! 내용이나 결말 모두 그리 나쁘진 않았다……… 아주 실망까지는 아니니까75점 정도의 중박? the moon은 정말 괜찮았는데…
그런데 소스코드란 제목보다는 차라리 8 minutes 가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뇌의 기억들을 이용해서 창조해 낸 세상이 고작 소스코드라니.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 안에 어떻게 모든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건지. 이정도면 인센션의 림보는 정말 말이 않되는건데. 림보에 빠져도 이세상과 같으니 딱히 빠져나올 필요가 없는거니까. 기억이 단순히 사건의 저장이 아닌 한 사람의 뇌 안에 평행우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견핵데, 그부분은 좀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해피엔딩이니까 와하하 웃자 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4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