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에는 재스민이 한창이었고, 8월에는 밤히야신스의 계절이었다. 이 두 꽃은 모두 향기가 아주 섬세하면서도 쉽게 사라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해가 뜨기 전에 꽃을 따야 할 뿐만 아니라 아주 부드러운 특별한 방법으로 향기를 추출해야만 했다. 꽃 중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라서 그런지 이 꽃들은 자신들의 영혼인 향기를 쉽게 내어 주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향기를 얻으려면 그러한 특성에 걸맞는 방법으로 꽃을 달래 주어야만 했다. 즉 특별 작업실에서 차가운 동물 유지를 바른 유리판 위에 꽃을 뿌려 두거나, 아니면 적당하게 올리브유에 적신 헝겊으로 꽃을 감싸 놓음으로써 꽃이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도록 해주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사나흘 정도 지나면 꽃은 다 시들어 버리고 접촉하고 있던 동물 유지나 올리브유에 자신의 향기를 옮겨 주었다. 그때 유리판에서 조심스럽게 꽃을 떼어 낸 후 다시 새 꽃을 뿌려 놓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침지법을 사용할 때보다 얻어내는 양은 적었다. 그러나 가열하지 않고 만들어진 재스민 포마드나 밤히야신스 향유는 다른 방법으로 추출한 향기들보다 순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원래의 향기와도 가장 흡사했다. 특히 재스민의 경우에는 원래 품고 있던 달콤하고 에로틱한 향내가 거울에 반사되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포마드에 옮겨져 있었다. 물론 그르누이의 후각은 원래의 꽃 향기와 포마드의 향기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놓칠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포마드에는 유지의 냄새가 부드러운 베일처럼 꽃 향기를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최대로 정화된 유지가 꽃 향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원래의 강한 향기를 완화시켜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보통 사람들이 그 향기를 견딜 수 있었다. 어쨌든 열을 가하지 않고 향기를 추출하는 냉침법은 부드러운 향기를 얻어내는 데 있어서는 가장 뛰어나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中
좋은 향기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