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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본 뒤 나중에 일기를 쓸 때는 뭔가 적당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보다가 그냥 ‘아름다웠다’고만 적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글로 고정 해놓을 수가 없어 곧 잊고 만다. 우리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붙들어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디에 갔고 무엇을 보았는지 목록을 작성한다. 그러나 다 적고 펜을 내려놓을 때면 우리가 묘사하지 못한 것, 덧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라져버린 것이 하루의 진실의 열시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차링크로스 로드에서 떠오른 엉뚱한 생각, ”지금 그 속에 앉아 있다”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친밀함…
…그러나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