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밖이 환해질 때까지, 우리가 잿빛으로 퍼지는 아침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술집을 나설 때까지 내 옆에 있었다. 나는 그녀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버스에 오르는 그녀는 몸이 떨리는 것 같았고 슬픈 표정이 비쳤다. 나는 잠시 손을 흔든 다음 발걸음을 옮겼고, 생각은 이미 그림에 가 있었다.

그때는 행복했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항상 미화되기 쉽고, 기억은 아름답게 덧칠되는 것이겠지. 어쩌면 그 밤들은 그저 춥기만 했고,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그저 유쾌한 시간일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밤들이 내게 아주 소중했음이, 그리고 이제는 잃어버렸음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소냐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건 밀고 당기는 게임이었고, 나는 규칙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일주일을 기다렸고, 그러고 나서 그녀에게 전화를 했는데, 당연히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썼고, 두 장, 세 장, 시답잖은 얘기들과 희망 없는 사과였다. 그녀는 당연히 답장하지 않았다. 나는 침착했고 게임의 규칙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시간을 주자.’라고 생각했다.

가끔 길을 가다가 누군가 내 뒤를 바짝 따라붙어 걷는다는 느낌이 들 때, 뒤를 돌아보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미묘한 떨림은 남아 있다.

<소냐>
여름 별장, 그 후 / 유디트 헤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