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의 나는 죽음과 꽤나 친숙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였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6~7살 무렵부터, 학교를 들어가고서도 한동안은, 죽음을 꽤나 심각하게 생각해왔다.
사람은 왜 죽는걸까.
싯다르타도 이 문제로 고민하다 궁궐생활을 박차고 출가했다고 한다.
어렸을때부터 호기심 충만한녀석이었던 나는, 심심풀이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온것 같다.
거의 하루에 서너번씩 꾸준히 생각해왔지만, 좀처럼 발전하는것도 없었고, 새로운 사실도 없었다.
사실 거기엔 커다란 벽이 있었다.
죽는다.
죽으면 어떻게되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사후세계로 가게될까.
염라대왕에게로 가는가 하느님에게로 가는가,
우린 환생할수 있을까.
그중의 아무것도 나에게 설득력이 없었기에,(난 여지껏 무교다)
죽으면 소멸한다고 생각해온것 같다.
소멸,
소멸이란 어떤것일까.
나가 죽는다면, 남은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알수없었다.
내가 죽고나면, 세계따위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니까
이 뭐든게, 팟 하고 꺼지는게 아닐까.
내가 없는 세계따위 나에겐 아무 의미도 없잖아.
천국에 가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일까.
내가 죽는다
집이 사라지고
우리나라, 세계, 지구가 사라지고,
별이 사라지고
우주가 사라진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마져 사라진다.
이대목에 이르러, 머리속에서 아찔한 느낌이 드면서 휘청 하는데,
뭐랄까, 이 느낌을 즐겼던것 같다.
아마도, 어린 머리로, 모든것의 소멸이란 감당하기 어려운 깨달음이었기에,
그후에도 종종 그렇게,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곤 했다.
그뒤에는 학교에 가서 다른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을 돌려 그런 상상은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던것
같은데,
왜일까, 왜 그때 난 죽음에 그토록 열중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