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던 후지 PRO 400H 가 한국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찍어야겠다는 마음에 덜컥 필름을 사고 먼지쌓인 카메라를 꺼냈다. 아버지 장롱에서 거의 20년이상 잠자던 펜탁스 MX를, 수년전에 열심히 찍으려 할때 수리한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몇년동안 있던 녀석의 셔터막에 문제가 있음을 필름을 세통이나 찍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진을 스캔받아놓고 보니 대부분 사진에 좌우로 빛이 들고 위아래로 어둡게 찍히는 참사가 벌어져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다행히 일부분을 크롭하고 별도의 보정을 거쳐 이만큼이라도 살릴수 있어 불행중 다행이랄까. 카메라는 며칠만에 수리했다.
안써본 필름을 테스트로 한롤씩 찍어보고 마음에 드는 필름을 계속 찍으려 한건데 찍어놓고 보니 같은 제조사라 그런지 대부분 비슷하게 보인다. 그래도 오랜만에 필름으로 현상한 장면들이 반갑고, 참 따뜻하다. 한장 한장을 찍을때 고민해서일까 인화한 사진은 당시의 기분과 냄새, 공기가 생각나게 만든다. 인화되지 못한 컷에는 어떤 장면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PENTAX MX + 28mm 1:3.5.
순서대로 KODAC Ultramax 400, KODAC Portra 400, KODAC ProImage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