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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다. 하지만 10년 넘게 피의자 혹은 피고인으로 살고 있다. 법원과 검찰청을 직장처럼 드나들면서. 기자로 사는 동안 타협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겁먹지도 말자고. 소송 걸릴 기사만 쓰자고 생각했다. 고소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쁜 놈이라는 확신이 서면 씩씩하게 썼다.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단어를 선택했다. 욕하면 더 크게 욕하고. 고소한다고 하면 실명 쓰고, 협박하면 사진 박고. 고소 들어오며 한번 더 썼다. 그러면 또 소송 들어오고. “요새는 비판 기자 다 얼어 죽었는데 까짓 붙어보자. 다 덤벼라….” 오기로 더 썼다. 소송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산이 되었다. 때로는 외롭고 슬프기도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를 되뇌고 또 되뇌며 기자 생활을 했다.

불평등한 법치국가, 불공평한 민주국가에서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지킬 법률 지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쟁취하는 것이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룰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주진우 기자는 이상한 기자다. 곧고 평평한 길 마다하고 자갈밭으로만 다닌다. 혼자 걷는 밤길을 두려워 하면서도 나쁜놈들에겐 꼭 욕을 한다. 이 책은 그런 주진우 기자가 10년 넘게 소송을 당하여 얻는 값진 교훈을 모아 놓은 책이다. 한권으로 배우기 너무 미안할 정도로 쉽게 말이다. 법은 우리 편이 아니다. 법정에 가게 된다면 변호사를 꼭 구하자. 혼자 겪어봤더라면 몰랐을, 너무 늦게 알았을 값진 교훈이 이 책 안에 빼곡하다. 실용서 치곤 너무나 뭉클하다.

이런 사람 참 많아 져야 한다. 주진우 기자처럼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흉내라도, 조금이라도 닮으려 애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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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
얼음의 강을 건너

내가 고기먹으러 왔지 뼈
버리기 좋게
발라내려 왔나

일산에 단풍이 늦게 들었다.
진한 색색의 낙엽들이 가는길 온통 덮여있었다.
초가을 냄새나는 은행들을 견딘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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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중년의 남성이 어린 소녀를 탐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하면서 과연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해 고민했다. 과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읽고 나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우려와는 달리 책은 상당히 재밌게 쓰여있다. 주인공 험버트 험버트는 아는것도 박식할 뿐더러 키크고 멋진 외모와 좋은 목소리를 타고난 이른바 잘난놈이면서도 내면에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사랑의 기준을 가진 탓에 그의 내면은 상당히 시니컬하고 세상 모든 것을 비틀어 보며 서술하는데 그런 관점이 불쾌하지 않고 재치있게 다가온다. 이제껏 읽었던 이른바 유명한 책들과 비교하자면 그 명성에 비해 상당히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번역의 역할도 있었을게다.

1부에서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 – 14살의 롤리타 – 을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 마침내 단둘이 있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2부는 그 관계가 파국에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1부에서 주인공 험버트의 어깨 너머로 세상을 보며 이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파국이나 막장에 이르는 많은 관계들 상처, 아픔들. 수많은 축복속에서 맺어졌지만 몇주만에 남남이 되는 수많은 관계를을 미루어 보면, 분명 이 둘의 관계를, 법적으로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달콤하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2부에 이르러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춘기를 관통하는 들쭉날쭉한 롤리타의 변덕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양아버지이자 보호자의 권력으로 관심을 막는 주인공 때문이기도 하고, 뭐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게 좋다가 나쁘기도 한 거니까. 후반에는 애닳토록 사랑을 했지만 그런 사랑을 헌짚신처럼 걷어찬 롤리타에 대한 증오가 주를 이루며 종결로 달려간다.

결혼한 롤리타를 험버트가 찾아가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그때 자신을 사랑하긴 했었냐고. 그때의 롤리타의 놀란 얼굴로 말이 없다. 질문은 다시 반복된다. 과연 이게 사랑인가. 롤리타에게 역시도 달콤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사랑이었지만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았던 사랑은 착취로 변해버렸구나.

이 책에서 주인공 험버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끊임없이 변론하고, 책 어디에서도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나오진 않는다. 그것이 이 책을 감히 명작이라고 부르게 되는 지점이 아닐까. 마지막에 이르러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되었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말한다. 사랑이란 추울때 내 옷을 벗어 옆사랑에게 벗어주는 행위라고, 내가 아닌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라고. 지금도 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하고 있다. 과연, 나를 위한 사랑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이 책 ‘롤리타’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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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디를 샀다. M이 추천해준 찰리 헤이든의 녹턴. 이렇게 푹 빠진 앨범도 오랜만인듯.
이게 얼마만에 보는 앨범이고 시디 자켓인지. 속지를 보고서야 팽만식 형님이 참여한걸 알게 되었네.
시디피는 없지만 좋다.

Tags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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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완료.
내 앞의 흰 종이.

작년부터 열심히 나가고 있는 행스모.
토요일 아침의 맑은 정기를 받아 수학과 프로그래밍으로 이데아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가끔 정신이 이데아로 가지 못하고 안드로메다로 빠질때가 가끔 있지만, 좋은 분들과 알게되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되살려준 고마운 모임. 오랜만에 필카를 꺼내 강제로 단체사진을 찍어보았다.
Pentax MX + Kodak ULTRA MAX 400 + KODAC Ultramax 400

Ultramax400-09

20151105.facebook

Tags : #facebook #사진 #필름

내가 좋아하던 후지 PRO 400H 가 한국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덜컥 찍어야겠다는 마음에 덜컥 필름을 사고 먼지쌓인 카메라를 꺼냈다. 아버지 장롱에서 거의 20년이상 잠자던 펜탁스 MX를, 수년전에 열심히 찍으려 할때 수리한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몇년동안 있던 녀석의 셔터막에 문제가 있음을 필름을 세통이나 찍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사진을 스캔받아놓고 보니 대부분 사진에 좌우로 빛이 들고 위아래로 어둡게 찍히는 참사가 벌어져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다행히 일부분을 크롭하고 별도의 보정을 거쳐 이만큼이라도 살릴수 있어 불행중 다행이랄까. 카메라는 며칠만에 수리했다.

안써본 필름을 테스트로 한롤씩 찍어보고 마음에 드는 필름을 계속 찍으려 한건데 찍어놓고 보니 같은 제조사라 그런지 대부분 비슷하게 보인다. 그래도 오랜만에 필름으로 현상한 장면들이 반갑고, 참 따뜻하다. 한장 한장을 찍을때 고민해서일까 인화한 사진은 당시의 기분과 냄새, 공기가 생각나게 만든다. 인화되지 못한 컷에는 어떤 장면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PENTAX MX + 28mm 1:3.5.
순서대로 KODAC Ultramax 400, KODAC Portra 400, KODAC ProImage 100.

Tags : #pentax mx #사진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