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놀공발전소에서 주최하고 국립극장에서 열린 “Being Faust – Enter Mephisto”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간단히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주의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 긴 놀이 설명 : 게임이 알고보면 간단하지만 단계가 많고 복잡하여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부분은 이해하기 편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희미한 게임의 진행과 목표 : 처음에 욕망을 채우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라고 듣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6개의 가치를 고르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facebook에 등록된 내 친구들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고 그 자금으로 욕망에 맞는 문장을 사게 한다. 문장을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이 승리자. 일단 이 프로세스 자체가 한번에 와닿지 않았다. 그저 이런식으로 해야 한다 라고 듣고 무작정 하게 되었는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름은 ‘아 내가 선택한 가치가 게임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걸까.’ 혹은 ‘내 친구를 파는 행위가 나중에 반전이 있지 않을까’등의 상상을 했지만 끝에 가서는 단순히 친구를 가장 많이 판 사람이나 욕망을 가장 많이 채운 사람이 승리하였다. 진행 과정에서 많은 파라미터들이 주제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단순히 게임의 노동을 위해 사용된 장치였다는게 게임이 끝나고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현금 교환 시스템 : 스마트폰에서 친구를 6명씩 facebook에서 불러와 친구들을 악마에게 팔아 현금화하는데, 자금이 떨어지면 다시 6명을 추가한다. 그 교환은 상점에 가서 꼭 해야하는데, 왜 친구를 한번에 많이 못바꾸게 했는지, 친구들은 왜 점점 값이 오르는지, 왜 친구에 중요도의 순위를 매기게 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친구가 비쌌을 뿐이다. 내 생각엔 사용하려 준비한 장치가 좀더 있었을 것 같은데 실현되지 않았던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중요한 것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가치 카드 시간 : 일정한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과 카드를 바꿀수가 있는데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는 것은 카드를 바꾸면 상대방이 모은 카드의 정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답을 안다고 해도 그 문제를 찾아야 하는데 백여개가 넘는 상자중에 해당 문제는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난 포기했다..

너무 단점만 늘어놓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예전에 한번 해봤던 스피드데이팅 생각이났다. 전원이 빙고 종이를 들고다니며 칸에 적합할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봐서 맞으면 이름을 적어나가 빙고를 완성하는 게임이었다. 아주 창의적이고 재밌진 않았지만 빙고를 채우려면 거의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에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싶었다. 이번 게임은 전체적으로 빙고 게임에 파우스트의 텍스트를 녹여내어 여러가지 장치들을 섞었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 성분들이 그리 잘 섞였다는 느낌은 들지 못했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를 읽으며 그 대사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문학시간느낌도 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런 지문들이 관객에게 와닿기엔 지나치게 점수 쌓기 게임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악마와의 거래를 부각시키고자 했다면 소중한것을 내주고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부분을 중심 테마로 삼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파우스트 박사가 정말 소중한 것을 내어주었는가. 파우스트를 읽다보면 메피스토텔레스가 불쌍하고 파우스트는 절대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점들을 늘어놓았지만 참신한 시도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단점들을 수용하여 발전해 일반인들이 두루 즐길수 있는 게임이 나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두번에 좋은 게임이 나올 수는 없다. 명작 보드게임이 나오기까지 수천 수만종의 보드게임이 그보다 몇십 몇백배의 사람들의 힘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놀공발전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마당놀이를 하던 민족 아닌가. 좋은 시도과 선례를 만들어 수많은 게임이 창조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