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읽고 싶었던 퀀텀 유니버스를 이제야 읽게 되어 오랜만에 과학책을 정독했다. 양자역학에 대한 팟캐스트도 들어보고 책도 여러권을 들춰보았었는데, 깔금하게 납득되는 책들이 없어서 더욱 다른 책을 찾아 해멨었나보다. 이 책이라고 양자역학을 정말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책들과는 다른 접근과 나름 이해시키려 애쓰는 모습에 감동했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던 책이다. 이해됬는지의 여부와는 전혀 별도로 말이다.

좋았던 점

이정도면 이해할수 있다며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단점

이해되지 않는다… 절반이상이 독자를 이해시키려는 시도이지만… 오히려 수식이나 다이어그램을 지나서 아 이건 이렇구나 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좋았던 점

양자역학이 어떻기 태어났고, 그것의 의의는 무엇이며 우리가 밝혀난 지점과 밝혀내지 못한 점. 양자역학의 대단한 점과 우리가 알고 있지만 원인을 모르는 지점이 어딘지 속 시원하게 밝혀 준다. 그런 면에서 솔직함이 다가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상깊은,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

p. 87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물체가 아니라 정보information에 적용되는 제한조건이다.
··· 입자 하나가 우주 반대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고 해서 입자와 관련된 정보까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입자가 어느 방향까지 나아갈지 예측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뭐냐;;;)

p. 89

(여기서 시계바늘은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표시하는 일종의 위상)
시계의 상태를 결정하는 법칙은 다음과 같다 – 미래의 시간 t에서 처음 위치로부터 x만큼 떨어진 곳의 시곗바늘은 반시계방향으로 x²에 비례하는 양만큼 돌아간다.
일상적인 말로 풀어쓰면 무거운 입자일 수록 많이 돌아가며, 원래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많이 돌아가며, 시간이 많이 흐를수록 적게 돌아간다. 이것은 시계의 초기배열이 주어졌을 대 미래의 한 시점에서 이 시계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알고리듬이다.

p. 92

간단히 말해서 작용량action은 주어진 물리계의 특성을 좌우하는 양이다. 그런데 자연은 왜 근복적인 단계에서 이런 양을 선택했을까? 마땅히 떠올려야 할 질문이지만, 애석하게도 답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시계가 더도 덜도 아닌 mx²/t만큼 돌아가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라이프니츠는 1669년에 작용량의 개념을 정립하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응용과정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p. 132

파장이 짧아졌을 때 드브로이 방정식이 나타내는 변화를 분석하면 좀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파장이 짧다는 것은 동일시간을 가리키는 시계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드브로이는 “짧은 파장은 큰 운동량에 대응된다”고 했다.

p. 214

이 책에서 지금까지 내린 결론 중 가장 신기하면서 이질적인 것 하나를 고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입자들의 우주적 연결’을 꼽고 싶다. 우주에 존재하는 개개의 원자들이 다른 모든 원자와 연결되어 있다니, 이 세상의 모든 헛소리를 합쳐도 이보다 황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에는 약 10⁸⁰개의 양성자가 존재하고 있으므로, 10⁸⁰개의 전자를 가두고 있는 우물형 퍼텐셜이 10⁸⁰개의 양성자에 의해 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어디선가 전자 하나의 에너지 준위가 바뀌면 다른 모든 전자는 그 사실을 즉각적으로 판단하여 “두 개 이상의 페르미온은 동일한 에너지 상태를 점유할 수 없다”는 배타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쪽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전자들이 서로 상대방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인지한다’는 주장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인다.

p. 258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세계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는 자연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다. “

p. 273

“하나의 전자가 x에, 나머지 전자는 y에 도달하면서 광자가 관측자의 눈에 들어올 확률은 얼마인가?” 두 개의 전자가 각각 x, y에 도달하면서 도중에 방출된 광자 하나가 관측자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다이어그램을 찾아서 여기 해당하는 시계들을 모두 더한 후 최종시계의 크기를 제곱하면 된다. … 이런 경우에는 광자와 눈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따라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서술하려면 광자에 반응하는 관측자의 두뇌까지 계에 포함해야 하고, 두뇌를 이루는 모든 입자의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양자적 관측문제의 본질이다.

p. 278

그러나 놀라게도 과거로 가는 소립자는 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디랙은 1928년에 이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p. 306

양자역학은, 현대문명의 일등공신인 트랜지스터에 응용되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이 세계를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배라보지 않았다면,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문명의 이기는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양자역학은 단순히 관측된 현상을 설명만 하는 이론이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반입자의 존재를 예견했고, 이 가상의 입자는 얼마 후 실험실에서 발견되었다 원자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입자의 스핀도 이론의 타당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입되었다가 흣날 물리적 실체로 판명되었다.

과학은 관측된 현상을 설명하고 아직 관측되지 않은 현상을 예견하면서, 우리의 삶을 돌이킬 수 없는 쪽으로 서서히 바꿔왔다. 이것은 과학과 그 외의 분야를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과학은 ‘자연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제아무리 뛰어난 석학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의외의 사실을 밝혀내는 막강한 도구이다. 과학은 진실을 추구하는 학문이며, 과학이 찾은 진실이 초현실적이라면 그 초현실은 곧 진실이 된다. 이런 과학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이론이 바로 양자역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