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피상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그렇다. 어쨌든 민주주의 해야 한다고 하고, 그러니 투표도 해야겠는데, 시민의 교육 수준은 높아서 차마 “동전 던지기”식 투표를 스스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왜? 쪽팔리니까. 그래서 ‘철학’과 ‘정책’이라는 제대로 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그런 정보를 생산하지도 않으니까), 그저 막연한 이미지를 받아들인 뒤에 그 이미지를 ‘정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로 자신의 투표행위를 정당화하고, 스스로 핑계로 삼는다.
결국, 자존심 때문에 거부한 ‘동전 던지기’식 투표 행태와 다르지 않다. 먼 길을 돌아서 결국은 ‘동전 던지기’식으로 투표하고, 정치행위를 한다.
변화의 열망은 있지만 그릇이 없다
–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변화에 관한 열망이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각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열망은 아주 높은 편이다. 오히려 서구인들은 자신의 삶을 이미 결정된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라서 변화의 가능성과 폭이 아주 좁다. 우리는 그 변화에 관한 열망의 폭도 넓고, 전방위적이다.
하지만 그 열망이 너무 개개인에게 머물고 있다. 그걸 묶어주고, 사회화하는 매개들, 그릇이 없는 것 같다. 그 점이 몹시 아쉽다.

편지 쓰는 경제학자가 바라본 세상 – 이상헌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