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is very likely the single best invention of life. It is Life’s change agent. It clears out the old to make way for the new. Right now the new is you, but someday not too long from now, you will gradually become the old and be cleared away.
-steve jobs

Bye.

가장 감동적이었던

잊지 못할 장면.

p.124
석양을 본 뒤 나중에 일기를 쓸 때는 뭔가 적당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보다가 그냥 ‘아름다웠다’고만 적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글로 고정 해놓을 수가 없어 곧 잊고 만다. 우리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붙들어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디에 갔고 무엇을 보았는지 목록을 작성한다. 그러나 다 적고 펜을 내려놓을 때면 우리가 묘사하지 못한 것, 덧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라져버린 것이 하루의 진실의 열시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차링크로스 로드에서 떠오른 엉뚱한 생각, ”지금 그 속에 앉아 있다”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친밀함…
…그러나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 <동물원에 가기>

아무런 정보 없이 벌거벗고 태어난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감각을 총 동원해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타자와 비교하며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내 기분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우리는 항상 끊임없이 비교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여러가지 경험이 있겠지만 감동은 조금 특별한 듯 하다.
감동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감동의 순간 이전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이나, 간질간질한 느낌. 뭔가 있을것 같은 느낌들

감동의 경험이라…
물론 살면서 많은 음악이나 미술을 접할때 감동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웃하게 되는 순간이 부지기수로 많긴 하지만

커다란 라디오를 이불로 덮고 아무것도 모른 채 들었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Sheltering sky
어느 블로그에서 들었던 Nujabes의 Aruarian Dance를 처음 듣던 경험
레오폴트 뮤지엄에서 에곤쉴레의 연이은 자화상을 볼 때의 충격
고흐 뮤지엄에서 ‘까마귀 나는 밀밭’을 보던 감동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 인생의 감동의 순간

#0.
드디어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을 샀다. 진정한 팬이 된 기분이다.
드뷔시를 들으며 사카모토의 이야기를 읽는다. 드뷔시의 음악은 사카모토와 잘 어울린다. 헌데 그게 다른 연주자가 하니 전혀 느낌이 달랐다. 내가 줄곧 들어온 리히터의 연주가 사카모토 느낌이었는데, 뚝뚝 끊기는 듯한 조용하다가 망치가 울리듯 갑작스런 해머링. 황금빛이 떠오르는 서양의 클래식이 아닌 중국의 새빨간 칠과 풋풋한 아침의 동양적인 색채. 다른 사람이 연주한 걸 들으니 아주 부드럽게 연주가 되는게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 그럼 내가 느낀 이 기분은 연주자 때문인걸까.

#1.

표현이란 결국 타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상화라고 할까, 공동화라고 할까,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개인적인 체험이나 아픔, 기쁨은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결손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한계와 맞바꾸어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고동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종의 통로가 생긴다. 언어도 음악도 문화도 그런 것이 아닐까.
류이치 사카모토 –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中

사카모토선생이 유치부때 어렴풋이 깨달았다는 저 문장이 깊은 울림을 준다.
..라고나 할까 라는 표현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고등학교때 접한 일본문학에서 저런식의 우유부단한 표현이 참 신선했다. 그때까지 책에서 접한 말투는 다들 단호함 일색이었는데. 어쩌면 한국에서는 우유부단함을 글로 적는 것을 금기시 하는걸까나 반면 일본문학에서는 애매하고 망설임 남발… 사실 정말로 단호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더 인간답고 솔직하단 느낌을 주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건 아닐까.

#2.
중고책을 세권이나 주문했다. 망설여본적은 많았지만 막상 이렇게 주문한건 첨인듯 싶은데.
1Q84 2권, 빅픽쳐, 암리타
좀더 애틋한 마음으로 읽기 위해 한권씩 보고있는 1q84는 도저히 만몇천원씩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빅픽쳐역시 재미는 있을것 같지만 도서관에서 못빌려보고 있는 형편인지라 구매
암리타는 10여년을 사고싶어했던 책인데, 어떻게 보면 결국 이렇게 중고책으로 산다는게 이상한걸까.
나름 책을 매우 아껴보는 편이긴 하지만, 매우 깨끗하고 보고 다시는 안펼쳐보는 편이라
구입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책사는 행위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구나
그러고보니 몇년째 읽고싶었던, 그리고 도서관에서도 매우 빌리기 힘든 만들어진신은 아직도 가격이 만원밑으로 내려가질 않아

항상 읽고싶지만 보질 못하고 있는 책들이 있는 채로,
막상 구입은 듣도보도 못한 책들을 사게 되는건 영장류의 숙명인걸까.
내가 이상한걸까.

#3
소스코드라는 영화를 봤다.
내가 좋아하는 sf 영화인데다가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이크 질렌할, the moon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오르내린 감독 던컨 존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미쉘 모나한까지 내가 좋아할 모든 것을 갖춘 영화였기에 매우 큰 기대를 안고 보게되었는데! 내용이나 결말 모두 그리 나쁘진 않았다……… 아주 실망까지는 아니니까75점 정도의 중박? the moon은 정말 괜찮았는데…
그런데 소스코드란 제목보다는 차라리 8 minutes 가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뇌의 기억들을 이용해서 창조해 낸 세상이 고작 소스코드라니.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 안에 어떻게 모든 세계가 존재할 수 있는건지. 이정도면 인센션의 림보는 정말 말이 않되는건데. 림보에 빠져도 이세상과 같으니 딱히 빠져나올 필요가 없는거니까. 기억이 단순히 사건의 저장이 아닌 한 사람의 뇌 안에 평행우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견핵데, 그부분은 좀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해피엔딩이니까 와하하 웃자 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4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졸리다.

디자인 사회에서의 가치 기준이 너무 빨리 변해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구분이 무의미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픽 디자인 사회에서
새로운 걸 추구하는 성향은 더이상 진보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새로움을 열망하고 실험과 혁명을 갈망하는 분위기가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강타했고
당시 거의 모든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이런 분위기에 휩쓸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진부해졌고 어느새 새로움을 쫓는 자세 자체가 보수적인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여성적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컴퓨테이셔널 컨셉’과 같은 사뭇 진지한 개념들이 진보 진영을 이루더니(사회적 책임은 60년대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진보의 얼굴을 하고 있음), 곧 그런 말들이 귀에 익숙해지자 ‘헬베티카로 되돌아 간 젊은이들’ 또는 ‘최소화를 재해석하는 일본인들’ 또는 ‘손글씨를 남발하는 펑크들’ 등이 요란스레 등장해 이전의 심각한 작자들을 몰아내고 각자 진보의 한자리를 차지했죠. 그리고 이 시기에 맞춰 네덜란드 꼬리표를 단 ‘무심한 듯 불친절한 디자인’도 슬그머니 진보의 한 귀퉁이에 들어왔습니다.

10년 쯤 지난 지금. 이들도 확실히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앞에 열거한 모든 디자인 성향이 각자 진보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고,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식상해져서 진보라고 보기 뭣하고, 비주류인 척 하는데 잘 생각해보면 주류고, 뭐가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누가 원조인지, 그들의 추종자는 누구인지, 추종자의 추종자는 누구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고…

미국 기업 디자인이 만신창이가 된 후로는
뚜렷한 진보와 보수, 헤게모니가 존재했는지 조차 의심스럽습니다.

그런 개념이 꼭 있어야만 하는 걸까요?

designersreading 의 이지원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