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서는 중년의 남성이 어린 소녀를 탐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하면서 과연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해 고민했다. 과연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읽고 나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우려와는 달리 책은 상당히 재밌게 쓰여있다. 주인공 험버트 험버트는 아는것도 박식할 뿐더러 키크고 멋진 외모와 좋은 목소리를 타고난 이른바 잘난놈이면서도 내면에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사랑의 기준을 가진 탓에 그의 내면은 상당히 시니컬하고 세상 모든 것을 비틀어 보며 서술하는데 그런 관점이 불쾌하지 않고 재치있게 다가온다. 이제껏 읽었던 이른바 유명한 책들과 비교하자면 그 명성에 비해 상당히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번역의 역할도 있었을게다.
1부에서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 – 14살의 롤리타 – 을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 마침내 단둘이 있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2부는 그 관계가 파국에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1부에서 주인공 험버트의 어깨 너머로 세상을 보며 이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파국이나 막장에 이르는 많은 관계들 상처, 아픔들. 수많은 축복속에서 맺어졌지만 몇주만에 남남이 되는 수많은 관계를을 미루어 보면, 분명 이 둘의 관계를, 법적으로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달콤하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2부에 이르러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춘기를 관통하는 들쭉날쭉한 롤리타의 변덕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양아버지이자 보호자의 권력으로 관심을 막는 주인공 때문이기도 하고, 뭐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게 좋다가 나쁘기도 한 거니까. 후반에는 애닳토록 사랑을 했지만 그런 사랑을 헌짚신처럼 걷어찬 롤리타에 대한 증오가 주를 이루며 종결로 달려간다.
결혼한 롤리타를 험버트가 찾아가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그때 자신을 사랑하긴 했었냐고. 그때의 롤리타의 놀란 얼굴로 말이 없다. 질문은 다시 반복된다. 과연 이게 사랑인가. 롤리타에게 역시도 달콤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사랑이었지만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았던 사랑은 착취로 변해버렸구나.
이 책에서 주인공 험버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끊임없이 변론하고, 책 어디에서도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나오진 않는다. 그것이 이 책을 감히 명작이라고 부르게 되는 지점이 아닐까. 마지막에 이르러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되었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말한다. 사랑이란 추울때 내 옷을 벗어 옆사랑에게 벗어주는 행위라고, 내가 아닌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라고. 지금도 수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하고 있다. 과연, 나를 위한 사랑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이 책 ‘롤리타’는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