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었던 저이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힘,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
어른이 되었지만, 슬프게도 우리에게 힘과 자유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힘과 자유는 사치라고 보일 정도입니다. 오히려 신경 써야 할 것, 눈치 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들어나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진정한 어른이 되기 어렵다는 걸 절감하고 있는 지금, 지금은 깊을 밤입니다.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은 인간이 힘과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걸 긍정합니다. 
···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우리 정말로 진짜 어른이 되어 살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신주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머리말 중에서

오늘 저녁 놀공발전소에서 주최하고 국립극장에서 열린 “Being Faust – Enter Mephisto”에 참여하고 돌아왔다. 간단히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주의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 긴 놀이 설명 : 게임이 알고보면 간단하지만 단계가 많고 복잡하여 설명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이부분은 이해하기 편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희미한 게임의 진행과 목표 : 처음에 욕망을 채우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라고 듣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6개의 가치를 고르게 하는데 그 과정에서 facebook에 등록된 내 친구들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고 그 자금으로 욕망에 맞는 문장을 사게 한다. 문장을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이 승리자. 일단 이 프로세스 자체가 한번에 와닿지 않았다. 그저 이런식으로 해야 한다 라고 듣고 무작정 하게 되었는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름은 ‘아 내가 선택한 가치가 게임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걸까.’ 혹은 ‘내 친구를 파는 행위가 나중에 반전이 있지 않을까’등의 상상을 했지만 끝에 가서는 단순히 친구를 가장 많이 판 사람이나 욕망을 가장 많이 채운 사람이 승리하였다. 진행 과정에서 많은 파라미터들이 주제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단순히 게임의 노동을 위해 사용된 장치였다는게 게임이 끝나고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현금 교환 시스템 : 스마트폰에서 친구를 6명씩 facebook에서 불러와 친구들을 악마에게 팔아 현금화하는데, 자금이 떨어지면 다시 6명을 추가한다. 그 교환은 상점에 가서 꼭 해야하는데, 왜 친구를 한번에 많이 못바꾸게 했는지, 친구들은 왜 점점 값이 오르는지, 왜 친구에 중요도의 순위를 매기게 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친구가 비쌌을 뿐이다. 내 생각엔 사용하려 준비한 장치가 좀더 있었을 것 같은데 실현되지 않았던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중요한 것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가치 카드 시간 : 일정한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과 카드를 바꿀수가 있는데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는 것은 카드를 바꾸면 상대방이 모은 카드의 정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답을 안다고 해도 그 문제를 찾아야 하는데 백여개가 넘는 상자중에 해당 문제는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난 포기했다..

너무 단점만 늘어놓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예전에 한번 해봤던 스피드데이팅 생각이났다. 전원이 빙고 종이를 들고다니며 칸에 적합할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봐서 맞으면 이름을 적어나가 빙고를 완성하는 게임이었다. 아주 창의적이고 재밌진 않았지만 빙고를 채우려면 거의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에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싶었다. 이번 게임은 전체적으로 빙고 게임에 파우스트의 텍스트를 녹여내어 여러가지 장치들을 섞었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 성분들이 그리 잘 섞였다는 느낌은 들지 못했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를 읽으며 그 대사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생각한다는 점에서 문학시간느낌도 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런 지문들이 관객에게 와닿기엔 지나치게 점수 쌓기 게임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악마와의 거래를 부각시키고자 했다면 소중한것을 내주고 원하는 것을 얻게 하는 부분을 중심 테마로 삼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파우스트 박사가 정말 소중한 것을 내어주었는가. 파우스트를 읽다보면 메피스토텔레스가 불쌍하고 파우스트는 절대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점들을 늘어놓았지만 참신한 시도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단점들을 수용하여 발전해 일반인들이 두루 즐길수 있는 게임이 나왔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두번에 좋은 게임이 나올 수는 없다. 명작 보드게임이 나오기까지 수천 수만종의 보드게임이 그보다 몇십 몇백배의 사람들의 힘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놀공발전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마당놀이를 하던 민족 아닌가. 좋은 시도과 선례를 만들어 수많은 게임이 창조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

–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피상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그렇다. 어쨌든 민주주의 해야 한다고 하고, 그러니 투표도 해야겠는데, 시민의 교육 수준은 높아서 차마 “동전 던지기”식 투표를 스스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왜? 쪽팔리니까. 그래서 ‘철학’과 ‘정책’이라는 제대로 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그런 정보를 생산하지도 않으니까), 그저 막연한 이미지를 받아들인 뒤에 그 이미지를 ‘정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로 자신의 투표행위를 정당화하고, 스스로 핑계로 삼는다.
결국, 자존심 때문에 거부한 ‘동전 던지기’식 투표 행태와 다르지 않다. 먼 길을 돌아서 결국은 ‘동전 던지기’식으로 투표하고, 정치행위를 한다.
변화의 열망은 있지만 그릇이 없다
–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변화에 관한 열망이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각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열망은 아주 높은 편이다. 오히려 서구인들은 자신의 삶을 이미 결정된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라서 변화의 가능성과 폭이 아주 좁다. 우리는 그 변화에 관한 열망의 폭도 넓고, 전방위적이다.
하지만 그 열망이 너무 개개인에게 머물고 있다. 그걸 묶어주고, 사회화하는 매개들, 그릇이 없는 것 같다. 그 점이 몹시 아쉽다.

편지 쓰는 경제학자가 바라본 세상 – 이상헌 인터뷰

일주일…. 인줄 알았는데, 세어보니 10박 11일이었던 제주여행이 끝났다. 5일을 렌트카로, 나머지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는데 날씨는 대체적으로 흐렸다가 가끔 맑은 하늘이 보이기도 했고, 7월이 가까워오면서 날이 맑아지며 해가 강해졌다.

토토로 게스트하우스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 ~ 갑선이 오름
단디해라 게스트하우스
스테이지 게스트하우스
제주도립미술관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 ~ 백약이 오름
사려니숲
아일랜드 게스트하우스 X 2
달파란 게스트하우스
계란후라이 게스트하우스 

누가보면 게스트 하우스 투어한줄…

위의 이미지는 Moves어플로 트래킹한 데이터를 Move-O-Scope으로 시각화 한 것. Moves는 아이폰 어플로 켜놓고 다니면 오늘 몇걸음을 걸었는지, 버스를 탔는지, 자전거를 감지하며 트래킹 해주는 어플인데 최근 Facebook에 인수되었다고 한다. 트래킹어플중에 심플하면서 성능이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애용중이며, 나도 몇달간은 항상 켜놓고 다닌다. 물론 배터리 소모가 있다. 여행시에는 보조배터리가 필수. Moves가 연동하는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여럿있는데, 시각화를 쉽게 해주는 서비스가 없을까 하며 시도해보니 Move-O-Scope가 괜찮아 보였다.(http://quantifiedself.com/2014/03/map-moves-data 참고)

주황색 라인이 교통수단, 녹색이 걸어다닌곳, 흰 점들은 머무른 스팟들이며, 저 제주도 북쪽으로 비행기가 오고 나간 경로가 보인다. Moves가 엄청난 정확도를 보이진 않아서 (모드가 있지만 엄청난 배터리 광탈이 예상되서 안씀) 가끔 경로가 산과 들을 건너뛸때도 있는데 이번에 제주도에 매핑된 모습을 보니 그래도 대충은 맞는것 같다. 시간이 있다면 시간순서에 따른 경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지만, 그럴 시간이 없는거다.

지도를 대충 보자면, 처음에 렌터카가 있을 때에는 동쪽을 주로 다녔는데, 표선부터 성산을 많이 왔다갔다 한것 같다. 제화형의 요리에는 두번이나 갔고, 우측 하단에 해안에 있는 곳이 처음에 들른 토토로 게스트하우스, 남동쪽 중산간에 점이 여러번 찍힌 곳이 중산간에 위치한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 성산 근처에는 스테이지 게스트하우스, 단디해라 게스트하우스, 성산 시내 등등. 그리고 제주시에 차를 반납하면서 제주도립미술관을 찍고, 다시 성산에 와서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를 또 가고 그다음엔 동쪽 산간에 위치한 써니허니 게스트하우스를 갔다가 사려니숲을 찍고 다시 제주터미널에 가서 남서쪽 모슬포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아일랜드 게스트하우스에서 2박, 그리고 일주도로를 타고 달파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서귀포 시내로 와서 올레길 7코스를 걸음. 그리고 다시 달파란 게스트하우스. 동일주노선을 타고 월정리에 있는 계란후라이 게스트하우스.

뭐 이렇게 복잡하게 다녔는가 나는.

“탱고는 실수할게 없어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탱고는 정말 멋진 거예요. 만일 실수를 하면 스탭이 엉키고 그게 바로 탱고죠.”

미루고 미루다 보게됬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 여인의 향기는 저장면이 많이 나와서 당연히 여성과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생각보다 상당히 달랐다! 상상은 로마의 휴일같은 분위기였는데 ‘죽인 시인의 사회’에 더 가까운? 그래도 탱고장면은 너무 멋졌다. 꼭 한번 배워보고 싶네

★★★★★

만능줄기세포라는 엄청난 무언가가 발견되었다길래 뭔가 했다. 만능줄기세포라는 단어는 그냥 한국 기자가 붙인 별명이라고.. 하지만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발견이라고 한다. 아래 링크에 잘 설명되어 있어 재밌게 읽었다.

그제 읽던 논읽남 : 문 “그 일본츠자가 한것이 그리 대단한거냐?” 답 “넹.” – Secret Lab of a Mad Scientist

앱스토어에 출시된 수십만개의 앱들 대부분이 가치가 없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기발하지만 사실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중의 아주 소수 앱들만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성공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무시하고 상상속에서 문제를 만들어내 SW로 해결합니다. 제프 베조스는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고 고통이 큰 문제 (싼 가격에 물건사서 빠르게 받는것)를 해결합니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트위터, 블로거, 미디움 세개의 서비스를 연속해 성공시킨 에반 윌리엄스는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중 하나를 골라, ‘기다리기 싫어함’, ‘생각하기 싫어함’ 두가지만 SW로 해결해주면 스타트업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SW의 성공은 고통의 정도가 큰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내가 만드는 SW가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은 SW개발하는 과정 만큼이나 즐거운 일입니다.

Human-Computer Symbiosis

4년동안 혼자 제작했다는 SF물인데 정말 굉장하다!!
2편 제작을 위해 펀딩 받고 있다는데, 영상을 보면 그는 참 재미는 사람이로군 ㅎㅎㅎ 펀딩 성공되었으면 좋겠는데, 차라리 킥스타터에 올렸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드네. 바로가기

이럴수가 정말 대단하다.
이 영화는 자체로도 굉장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더 굉장하고, 그걸 일부러 감추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이 주 후에 난 극장에서 다시 관람할수 있다. 좋구나.